양양 물치해변에서
청마의 해가 저물어가는 갑오년의 마지막 주말은 성탄절 공휴일과 주말로 이어지는 금요일이 징검다리 요일이다. 한 해의 연가 사용 목표일치에 미달했던 나는 모처럼 하루 휴가를 내기로 하고 즐김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서해안의 어느 섬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웠다가 배편이 여의치 못하고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시기인지라 원거리 여행을 접고 어디로 갈 것인가? 저울질을 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바다 구경도 할 겸 돌밭도 거닐고 싶은 마음으로 아내의 동의를 얻어 양양 물치 해변으로 탐석을 가기로 하였다. 때마침 탐행의 동반자로 바늘과 실같이 움직였던 새암님도 휴가를 하루 내었는데 양양 탐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아침 7시를 넘기며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네비게이션의 목적지를 ‘물치교’로 설정하니 170km의 거리에 2시간 조금 넘게 소요되는 것으로 안내되고 있었다. 인근의 남원주IC로 진입하여 중앙고속도로 춘천방향으로 향하다가 만종분기점 영동고속도로 강릉방면으로 접어 들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대였지만 아내와 함께 상냥한 네비아가씨의 안내를 받으며 좋아하는 돌을 찾아 떠나는 마음은 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즐겨듣던 CD 음반을 열고 흥얼거리며 아내와 재잘거리며 모처럼의 여유를 갖고 편하게 떠나는 길이라 먼 길도 가깝게만 느껴진다.
원주를 출발한지 30분 정도가 될 무렵 횡성휴게소 부근을 지나는데 산능선에 숲에는 이슬이 나무 끝에 매달려 얼어붙어 피워낸 눈꽃 상고대가 오랜만에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잠시 후 둔내IC 부근을 지나게 되었다. 2005년 9월 1일자로 학교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아 3년간 열정을 다하며 근무했던 지역이다. 해발 500m 정도 되는 지역이라 공기도 좋고 교통도 편리하며 스키장이 있는 곳이라 관광객도 즐겨 찾는 곳이다.
영동고속도로 강릉방면 평창휴게소를 지나 진부IC 부근에 오니 목적지까지의 절반을 지나고 있었다. 남은 거리는 85km 정도이니 한 시간 정도 소요될 것이고 9시 20분경 도착될 것으로 네비는 안내하고 있었다. 대관령터널을 지나 강릉휴게소에 도착하니 집을 떠난지 1시간 10분 정도가 지나고 있었고 앞으로 남은 거리는 54km이다. 다시 애마를 몰아 강릉분기점에서 좌측 방면으로 접어 들어 양양 방면으로 향하는 동해고속도로에 올라섰다. 북강릉, 현남IC를 지나 고속도로는 양양까지 이어져 있지만 좀 더 빠른 길로 가기 위해 하조대IC에서 출구하였다. 이제 남은 거리는 19km이다. 양양 중심지를 옆으로 끼고 돌아 낙산사를 지나 자그마한 언덕을 넘으며 오른쪽에 낙산해변으로 진입하는 길과 함께 동해의 푸른 바다가 반겨주고 해오름모텔을 지나면 오른쪽에 정암해수욕장이 나타난다. 그 곳에 주차를 하고 탐석을 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더 가면 왼쪽으로 코레일 연수원이 보이고 오른쪽이 돌밭이다. 원주를 떠나온 지 2시간만에 목적지에 도착을 하면서 네비아가씨도 쉬고 싶다는 듯 안내를 멈추었다.
물치교를 건너기전 3∼400m 우측으로 해변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에 차를 멈추고 오전 9시경에 만나기로 한 새암님은 아직 도착되지 않았기에 잠시 후 폰소리에 통화를 하니 가까이 오신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먼저 돌밭으로 들어섰다.
돌밭에 들어서서 서성이는 순간 차 한 대가 멈추어서기에 바라보니 새암님의 차량으로 함께 오신 사모님과 우리 내외는 반가움의 인사를 나누고 오랜만에 함께 탐석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를 하며 정암해수욕장 방면으로 향하면서 보물찾기를 시작하였다.
돌밭에 들어서서 짧은 시간이 지났는데 아내가 돌 한 점을 들고 가까이 다가오며 물결선이 좋다고 하기에 살펴보니 수마가 잘 이루어졌고 크기도 적당하며 모암도 좋은 편이다. 흰색과 검은 색상의 어울림에 숲속 풍경이 연상되었고 여인의 모습도 보인다. 아내의 첫 탐석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숲속의 공주’라는 석명을 지어 주었다.
나는 이 산지에 오면 검은색 또는 회색, 연분홍이나 노랑 색상 바탕에 잿빛 색상의 얼음이 스미어 있고 하얀 매화꽃이 피어나는 듯 느껴지는 작품을 즐겨 찾는다. 탐석을 한 후 물 양석을 마치고 오일 터치를 할 때 밝게 터져 나오는 흰색의 아름다움은 답답한 마음을 시원스레 해 주기에 그러한 매력에 즐겨 찾고 있는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석우님들도 같은 생각으로 선호하는 작품이다. 오늘도 그러한 아름다운 돌과의 석연을 기대하며 보물을 찾다가 두 세 점을 챙길 수 있었다. 파도가 적시고 간 돌을 바라보다가 하얗게 터진 매화 꽃송이와 같은 작품으로 검은 색과 잿빛 색상에 얼음이 스미어 있어 더욱 산뜻하게 다가오는 작품을 만났고, 돌 틈 사이에 숨어 있다가 하이얀 벚꽃 색상이 연상되어 집어 들었더니 모암과 사이즈 좋고 물 씻김이 잘 이루어진 작품이라 얼른 물가로 데리고 가서 세수를 시켜 주었더니 하이얀 터져 나오는 색상을 보는 순간 내 마음에 희열의 샘물이 퐁퐁 솟구치고 있었다. 노랑 색상에 하얀 터짐의 작품도 만났다. 모암도 좋고 사이즈도 좋다. 수마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도 있지만 이러한 작품과의 석연도 쉽지는 않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세수시켜 주고 카메라에 담으며 석연을 맺는다.
흰 색과 검은 색상으로 그려내는 그림 돌도 물치 산지 작품의 특징이다. 설산경이나 흘러가는 구름, 나무그림, 숲 마을의 풍경 등을 아름답게 그려내는데 서해 가의도 산지 작품과 비슷한 그림 돌을 만날 수 있다. 녹색이 가미된 색상에 눈 내린 설산경의 작품을 찾았다. 피부를 만져 보니 매끈매끈하고 주먹보다 훨씬 크며 둥근 모암에 살이 통통한 작품이다. 반가운 마음에 취석 순간의 기쁨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또다시 세수를 시키고 바다를 배경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숲속이 연상되는 작품과 눈이 내린 설산이 얼음으로 뒤덮힌 작품도 만났다.
오전 탐석을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맛난 해물칼국수로 점심 식사를 한 후 다시 돌밭으로 갔더니 낯익은 차량이 보이는데 강릉에 계시는 월루님이다. 양양 물치 산지만 400여회 넘게 찾은 분이시니 이 산지 작품에 대한 열정을 생가하면은 가히 박사님이란 칭호를 붙여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오후에는 코스모스 꽃잎을 모자이크 한 듯 다가오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탐석을 하였다. 전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최근 이 산지를 찾는 석우님들의 눈길을 받고 마음을 채워주는 작품들인데 머지않아 새로운 장르의 작품으로 수석동호인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돌밭에 앉아 쉬면서 휴가의 즐거움을 만끽하다가 회색 바탕에 연분홍 색상의 모자이크를 수놓은 작품을 만났는데 사이즈와 모암이 좋으며 물 씻김이 잘 이루어진 작품이다. 함께 했던 석우님들과 석평을 나누며 취석함에 부족함이 없다는 말씀들을 건네주시기에 돌밭위에 세워 현장 즉석 연출을 하며 카메라에 담았다. 아내도 돌밭을 서성이다가 연분홍 색상이 가득한 작품을 취석하였는데 크기도 적당하고 공처럼 생긴 모암에 물 씻김의 상태도 좋아 석연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