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상남 내린천으로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3월의 첫 주말을 맞이하니 돌밭에 대한 그리움이 자꾸만 밀려오기에 한국수석회 강원지역회 김영용 회장님께 전화를 하여 탐석이 가능하신지 여쭈어 보니 인제 내린천으로 갈 생각인데 함께 동행 할 동호인들을 알아보고 연락을 주신다고 하신다. 토요일 저녘에 전화벨 소리가 울리는데 다른 분들은 일정이 어려워 갈 사람이 없다하시니 둘만의 탐석이 될 것 같다며 일요일 오전 8시 집 부근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홍천을 지나 인제읍에서 내린천 상류로 오르며 탐석을 다녀온 적이 있었던 나는 이번 탐행의 목적지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니 홍천, 인제 방면으로 안내하고 있었지만 김 회장님은 내린천으로 여러 차례 탐석을 다녀오신 경험이 있으시기에 늘 다니시던 길이라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약 100km 정도가 되며 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셨다.
오전 8시 20분경 집 부근으로 오신 김영용 회장님의 애마에 몸을 싣고 목적지로 향하였다. 원주를 출발, 횡성, 갑천, 청일, 춘당을 지나 홍천 서석 방면으로 향하며 횡성군과 홍천군의 경계지역에 있는 먼드래재에 이르니 절반을 달려왔는데 약 4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서석을 지나 홍천 방면으로 조금 내려가다가 상남 내촌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가면서 전에 탐석을 다녀간 적이 있는 수하리를 지나게 되었고 수하2리에 있는 서석초등학교 항곡분교장을 지나니 도로 우측으로는 1km 간격으로 거리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상남까지의 거리는 20여km를 남겨 놓고 있었다.
상남으로 향하며 행(行)치(治)령(領))이라는 고개를 넘는데 정상에 도착하여 잠시 쉬어가기 위해 시계의 바늘을 보니 오전 10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이곳은 홍천과 인제의 경계 지역으로 정두수 작사, 임종수 작곡, 조영남이 노래한 ‘마의태자 노래비’가 오가는 길손의 눈길을 잡는 그 노래의 가사는 아래와 같다.
‘ 행치령 고개 넘어 백자동 고개 넘어 / 산새도 오지 않는 깊은 산골 갑둔리 / 달빛보다 더 푸른 천추의 그 푸른 한 / 나라를 찾겠노라 그 큰 뜻을 품은 채 / 어찌 눈을 감으셨나 마의태자 우리 님
하늘이 버리셨나 바람도 스산하다 / 무덤조차 잃어버린 첩첩산중 김부리 / 꽃보다도 더 붉은 망국의 그 붉은 한 / 세월이 말을 하랴 통한의 그 역사 / 어찌 눈을 감으셨나 마의태자 우리 님‘
다시 고개를 내려서 가파르게 닦여진 직진 도로를 내려가 ‘보랏빛 산채마을’이라는 표지판을 바라보며 우회전하여 상남 방면으로 향하였다. 10시 5분경 내린천의 심장부 상남을 지나 상남 삼거리에서 인제 현리 방면으로 접어들며 해발 500미터의 오미재 고개를 넘는데 가파르고 굴곡이 심하여 비오는 날이나 눈이 오는 시기에는 각별히 조심 운전해야 되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내려서니 오른쪽으로 오랜 세월을 두고 말없이 흐르는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산골 사람들의 젖줄이 되었을 내린천이 반겨주며 크고 작은 돌밭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오미재 고개를 넘은 후 평지를 달리며 내린천 하류로 내려가면서 오른쪽의 후평교를 바라보며 300m 정도 내려가면 우측으로 솔밭텐트촌이 보이는데 진입하는 곳을 쇠 가로막대로 차량 통행을 막고 있기에 입구에 차를 세우니 10시 10분이다. 원주를 출발 90km 정도를 1시간 40분만에 달려 와 탐석할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탐석 장비를 갖추어 돌밭으로 들어서니 미기교가 보이는 하류 방면은 돌밭이 깨끗한 상태였지만 후평교가 있는 상류 방면으로는 물때가 끼어 있어 문양석을 탐석하는데 장해 요인이 될 것 같았다.
내린천 하류에서 탐석을 한 경험이 있기에 어떠한 석질의 작품들을 탐석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생각은 하고 왔지만 드넓은 돌밭을 바라보며 그 안에 함께 하고 있다는 자체에 즐거움이 밀려온다. 간단히 준비해 간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인 후 돌이 깨끗한 하류 방면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이 산지에서는 잿빛 먹청석 계열의 바탕색에 백옥처럼 빛나는 하얀 색상또는 연분홍 색상이 그려내는 그림돌이 매력이 있으며 흰색과 검은색의 어울림으로 그려내는 구름석, 연분홍 색상을 지닌 꽃 그림이나 구름석, 홍매가 피어나는 작품, 간혹 목문석이나 수림석 등이 탐석되는 산지이다.
돌과 벗하며 소풍을 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이 탐석의 묘미이다. 하류 지역을 탐석하며 눈길을 잡는 작품을 찾아내어 손에 들고 물에 적시어 보고 물때를 닦아보기도 한 후 돌 위에 이리저리 연출해 가며 돌과 말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사진으로 담아보기도 하면서 취석을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고민에 빠지다 보면 시계 바늘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빠르게만 흘러간다.
1차 탐석을 하며 여러 작품들을 만나 손맛을 느껴보기도 하였지만 두 점을 취석하기로 하였다. 모암이 좋고 하얀 터짐의 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수마 상태가 비교적 좋은 작품 한 점과 검은 바탕 색상에 하얀 문양이 양각된 작품으로 꽃잎이 흩날리는 곳에서 흥겹게 춤을 추는 여인을 그려낸 작품이다. 나머지 작품들은 아쉬움이 있지만 두고 오기로 하였다.
오전 탐석을 마무리 한 후 돌밭 하류 지역 도로가에 자리 잡은 한·중식 음식점 ‘빛고을 가든’이라는 식당으로 들어섰는데 시골 지역임에도 손님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음식을 잘하는 식당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메뉴도 다양하였는데 요리 인생의 길 50년, 한·중 음식 수타면이라는 문구에 정감을 느끼며 해물짬뽕을 주문하였는데 맛도 좋았고 여자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돌에도 관심이 많은 분이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다른 지점에서 탐석을 좀 더 하기로 하고 식당에서 현리 방면 하류 지역으로 내려갔다. 몇 백 미터를 내려 가 자그마한 고개를 넘으니 왼쪽에 예쁜 색상으로 단장을 하고 학생들을 기다리는 하남초등학교가 보인다. 동홍천과 양양으로 이어지고 고속도로 건설 현장도 보이는데 이곳에 인터체인지가 건설된다고 하니 2017년 고속도로가 완공되어 통행이 시작되면 접근하기가 매우 편리하고 시간도 많이 단축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학교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가산동이라 쓰여 진 큼지막한 마을 표지석이 보인다. 이 지점에서 내린천으로 내려서니 가산교가 놓여있고 다리를 건너 공터에 주차를 한 후 가산교 상류 방면에 형성되어 있는 돌밭으로 들어섰다.
오전에 탐석하였던 지역에서 만났던 석질의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내린천 상류 지역인 관계로 대작의 수석들이 많았는데 정원석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들이 눈길을 붙잡고 마음을 끌어당기지만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한 발작 한 발박 발걸음을 옮기며 돌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데 시원한 관통석 한 점이 보인다. 수석감으로는 크기도 적당하였고 모암이 좋은데 매끄럽게 형성된 관통이 마음에 걸린다. 관통의 시작 부분, 끝나는 부분의 투의 크기가 다르고 안을 만져보면 매끄럽지 않지만 어쩐지 기계를 이용하여 뚫어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정도 크기의 돌에 누가 문슨 생각으로 기계를 대었을까?를 생각하다보면 자연 관통일 것이라 위안을 갖기도 하면서 일단을 카메라에 담은 후 취석을 하였다.
다시 상류로 오르며 목문석 한 점을 만났다. 이 산지에서 만나기 어려운 작품인데 크기, 모암, 수마는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둥근 달이 떠 있는 느낌을 받으며 그림의 내용이 단순한 것이 아쉬웠지만 석연을 맺기로 하였다. 그리고 홍매화 작품 두 점을 만났는데 한 점은 크기와 모암이 좋았지만 홍매의 색상이 흐리어 두기로 하였고, 한 점은 크기는 작았지만 모암이 좋고 수마와 홍매의 문양도 산뜻하여 취석을 하기로 하였다.
오후 4시 30분경이 되어 다음을 기약하며 탐석을 마무리하기로 하고 산지를 떠났다. 갔던 길을 되돌아 올 때 거리는 같고 똑같은 길인데도 더 가깝게 느껴짐은 새로운 산지에서 행복한 추억을 담고 몇 점의 돌과 석연을 맺고 돌아가기 때문이리라.
상남, 서석, 춘당, 청일, 갑천, 횡성을 지나 원주에 도착하니 시계 바늘은 오후 6시를 넘기고 있었다. 원거리를 안전하게 운행해 주신 김영용 회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다음에 일정을 보아 다시 또 탐석여행을 떠나기로 약속을 하며 내린천 탐행의 마침표를 찍었다.
* 행차령 정상에 있는 마의태자 노래비 *
* 인제군 상남면 하남리 미기교(아래 보이는 다리) 상류의 돌밭 *
* 인제군 상남면 하남리 후퍙교(위에 보이는 다리) 하류의 돌밭 *
* 언덕에서 피리부는 여인 : 두고 온 작품이다 *
* 진눈개비 내리는 겨울날의 풍경으로 상단에 고원이 형성되어 있지만 두고 온 작품이다 *
* 두 마리의 용이 뒤 엉켜 있는 그림이 연상되지만 두고 왔다 *
* 산 마을 중턱에 흐르는 강이 연상되지만 두고 왔다 *
* 꽃잎이 휘날리는 들판에서 춤을 추고 있는 여인이 연상되어 취석하였다 *
* 홍매화 석이지만 두고 왔다 *
* 설산이 연상되는 작품으로 크기와 모암은 좋지만 두고 왔다 *
* 모암과 크기가 좋았고 수마도 비교적 좋았지만 카메라에만 담아 왔다 *
*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달이 보이는데 워낙 대작이라 두고 왔는데 눈에 아른거린다 *
* 비탈길 언덕에 앉아 있는 여인이 보이지만 두고 왔다 *
* 양양 물치에서 탐석되는 백매 터짐석과 같은 작품으로 모암, 크기, 수마가 좋아 취석하였다 *
* 함박 눈 내리는 풍경이 연상되지만 두고 왔다 *
* 돌밭 하류에 있었던 식당으로 음식 맛이 좋았다 *
* 두번째 탐석지인 가산교 상류의 풍경 *
* 가산교 하류의 풍경 *
* 크기는 작지만 모암, 수마, 눈내리는 겨울에 피어난 홍매화가 연상되어 취석하였다 *
* 시원한 관통석으로 자연 관통인지 의문이 가지만 취석하였다 *
* 크기와 모암 수마 상태가 좋은 매화석이지만 홍매가 선명하지 않아 두고 온 작품이다. *
* 목문석으로 크기, 모암, 수마 상태가 좋아 취석하였다 *
* 겹산의 문양이 느껴지나 대작이고 수마가 부족하여 두고 온 작품이다.*
* 탐석에 열중하시는 한국수석회 강원지역회 김영용 회장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