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굽이길(제10코스) : 천년사지길
원주 굽이길 제10코스인 천년사지길은 말 그대로 남한강 주변의 천년고찰의 흔적을 따라 법천사지와 거돈사지를 거쳐 단강리까지 걸어가는 테마여행길이다. 법천·거돈사지는 폐사지이기에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다. 들녘에 눈부시도록 빛나는 억새가 헌화 공양을 하고 제 마음껏 피어난 들국화가 짙은 향기로 향(香) 공양을 올리는 그런 곳이다. 고려시대에 화려한 꽃을 피운 천년사지의 길을 따라 숲과 들을 걸을 때의 아늑함은 도보여행자들에게 포근함을 안겨준다.
천년사지길의 출발점인 법천소공원에서 원주굽이길 제10코스 안내도롤 보고 주요 지점을 정리해 본다.
법천소공원(시작점)→법천교(700m)→서원교(1.3km)→법천사지(1.9km)→서원교(2.3km)→펌킨팩토리(3km)→장뜰길(4km)→던 빌리지 농원 입구(4km)→거돈사지(6.6km)→정산저수지(6.9km), 임도길 진입(7km)→소교량(8.9km)→작실고개(9.3km)→느티나무(9.9km)→ 작실정류장(10.6km)→작실교(11km)→작실3교(11.9km)→단강교회(12.5km)→단강초교(12.9km)→둑길진입(14.1km)→덕은교(14.5km)→세포교(16.6km)→목교(17.2km)→사기막삼거리, 미덕슈퍼(17.6km)
원주에서 부론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부론면사무소 앞에서 하차하여 부론초등학교 정문을 지나 남한강대교에 이르면 왼쪽에 법천소공원이 있다. 그곳에서 천년사지길은 시작 된다. 이곳을 출발하여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 제방길을 따라가며 법천교을 지나고 서원교를 건너 약 2km를 가면 법천사지를 바라보는 지점에서 당간지주를 만나게 된다.
강원도 문화재 자료 제20호인 법천사지 당간지주는 사찰의 입구나 뜰에 세우는 깃대를 지탱하기 위하여 세운 두 개의 돌기둥으로 깃대에는 사찰의 의식이나 행사가 있을 때 혹은 부처 및 보살의 공덕을 기릴 때 깃발을 단다. 법천사지 당간지주는 전체적으로 간결하고도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데 고려 전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당간지주를 벗어나면 법천사이다.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 명봉산 자락에 자리 잡은 법천사는 창건 연대는 알 수 없으나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져 고려시대에 크게 융성한 사찰로서, 이 절에 관하여 남아 있는 기록은 928년(신라 경순왕 2년)으로 신라시대 이 지역의 대표적인 사원이었으며 고려시대 무신정권 이전까지 법상종의 대표적인 사찰로 문벌귀족의 후원을 받아 번성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10세기부터 12세기까지 관웅, 지광국사, 정현, 덕겸, 관오, 간관 등 유명한 승려가 계셨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유방선이라는 학자가 이 곳에 머물며 제자를 가르쳤다고 하며 이 때 한명회, 서거정, 권람 등이 그에게 배웠다고 한다. 허균의 기록에 의하면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다고 한다. 2005년 8월 31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466호로 지정되었다.
현재 법천사지에는 1085년 지광국사 스님의 삶과 공적을 추모하기 위하여 세워진 비가 남아 있다. 법천사지에 있던 국보 제101호인 지광국사 현묘탑은 고려시대 스님인 지광국사(984~1067)의 사리를 모신 탑으로 1912년 일본인들이 오사카로 몰래 가져갔으나 1915년 되돌려 받아 경복궁에 보존되어 왔으며 현재 비가 있는 자리 옆에 세워져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 올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법천사지를 뒤로하며 발걸음은 거돈사지로 향하고 있었다. 법천사지에서 거돈사지까지의 길은 천 년 전 법천사와 거돈사지를 승려들이 드나들면서 수양하던 길을 2012년에 찾아 ‘원주사랑길’이라 이름을 짓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들고 있는 코스이다.
하천을 건너고, 논 사이의 길을 지나 펌킨팩토리에서 오른쪽 방향 거돈사지 가는 길로 방향을 바꾸어 걷다가 던 빌리지 농원·캠핑장 입구를 지나 작은 언덕을 넘어 산질을 내려서니 폐사지인 약 7,500여 평의 절터가 오래된 느티나무와 함께 반겨준다. 사적 제168호로 신라시대에 창건되었으나 창건연대는 미상이며 고려 초기에 대찰의 면모를 지녔을 것으로 짐작된다.
거돈사지에는 3층 석탑, 금당터, 원공국사탑비가 있다.
삼층 석탑은 보물 제750호로 금당터 앞에 세워져 있으며 2단의 기단(基壇)위로 3층의 탑신(塔身)을 올린 전형적인 신라 석탑의 모습이다. 다만 돌로 된 축대 안에 흙을 쌓고 그 위에 탑을 세운 점이 특이하다. 탑신은 각 층의 몸돌과 지붕돌을 각각 하나의 돌로 구성하였다. 5단의 밑받침을 둔 지붕돌은 두꺼우면서 경사면의 네 모서리가 곡선을 이루고 있다. 처마는 직선을 이루는데 끝부분에서의 들림이 경쾌하여 통일 신라 양식임을 알 수 있다. 탑의 꼭대기에는 머리장식을 바치는 네모난 받침돌이 있고 그 위에 연꽃 모양의 보주(寶珠)를 얹어 놓았다. 탑의 조성 연대는 2단을 이루는 기단구조와 기둥 모양의 새김, 5단의 지붕돌 받침 등의 수법으로 보아 9세기 작품으로 추정된다. 탑 앞에는 배례석(拜禮石)이 놓여 있다.
금당터의 금당은 부처를 상징하는 불상을 모시는 곳으로 사찰의 중심공간이다. 거돈사 금당터에는 전면 6개, 측면 5개의 주춧(楚石)돌이 원형그대로 남아있어 20여 칸의 큰 법당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초석의 배치로 보아 내부는 통층이고 외부는 2층 구조의 웅장한 금당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당터 중앙에는 부처님을 모셨던 높이 약 2m의 화강석 불좌대(佛座臺)가 있다.
원공국사탑비는 보물 제78호로 고려시대의 스님인 원공국사의 행적을 기록하고 있다. 원공국사(930∼1018)의 법명은 지종(智宗)이고 세속에서 쓰던 성은 이씨인데 비문에는 그의 생애와 업적, 그의 덕을 기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비는 거북받침돌 위로 비몸을 세우고 머릿돌을 얹은 모습으로 비몸이 작고 머릿돌이 큰 것이 특징이다. 거북의 머리는 괴수 모양의 험한 인상을 한 용의 머리모양이다. 등에 새긴 무늬는 정육각형에 가까우며 육각형 안에는 절모양과 연꽃무늬를 돋을새김 하였다. 머릿돌에는 구름 속을 요동치는 용이 불꽃에 쌓인 여의주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는데 매우 사실적이고 화려하다. 고려 현종 16년(1025)에 세운 것으로 당시 ‘해동공자’로 불리던 대학자 최충이 글을 짓고 김거웅이 글씨를 썼다. 비문에 쓰인 글씨는 해서체인데 중국 구양순의 서법을 이어받은 것이다. 이는 고려시대의 여러 비에 새긴 글 중에서도 매우 뛰어난 것으로 중국에 비교하여도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원공국사탑비 옆에 문화관광해설사의 집이 있고 옆에 원주굽이길 인증스탬프가 있어 도장을 찍은 뒤 정산저수지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거돈사지에서 약 400m 거리에 있는 정산저수지는 2000년에 준공되었으며 36m 높이에 길이는 142m 이다. 저수지에서 내려다 본 거돈사지와 마을 풍경이 정겹게 다가온다.
정산저수지를 지나면 임도로 접어들게 된다. 낙엽을 밟으며 가는 길, 몸은 무겁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집이 서너 채 있는 작은 마을을 지나 소교를 건너 작실 고개를 넘어가면 작실 마을이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가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벌거벗은 몸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작실버스 정류소를 지나며 작실교, 작실경로당, 작실에배당을 지나 부론과 귀래를 이어주는 부귀로에 들어서니 옛 단강국민학교가 손짓을 한다, 학교 안으로 들어서니 폐교가 된 운동장에는 적막감이 감돌지만 학교의 교목이였던 수령 650년을 넘긴 느티나무가 멋스럽게 다가온다. 조선 제6대 왕이였던 단종이 영월로 유배되실 때 쉬어갔던 곳으로 강원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선정되어 강원나무 제2호로 지정된 느티나무는 오래살고 웅장하며 단단하기에 끈기, 기백, 의지를 본받고자 교목으로 선정했다는 표지판도 나이를 더해 가고 있었다.
단강국민학교를 출발, 단강보건진료소와 멀어지며 귀래 방면으로 1.5km를 가서 굽이도는 지점에서 귀래까지 11km를 남기고 있다는 거리안내 이정표를 보며 오른쪽 둑방으로 올라서서 하천의 제방 길을 따라 오르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덕은교를 지나 하천 제방을 따라 오르던 걸음은 귀래가는 지방도로와 만나게 되지만 몇 걸음 가지 않아 다시 하천 방면으로 길은 이어지고 상류 방면으로 오르다가 세포교를 지나면 잠시 후 목교가 보이는데 복교를 건너 좌측 방면으로 가면 사기막 삼거리가 보이고 미덕슈퍼가 있는 지점에서 원주굽이길 제10코스길 천년사지길은 멈추게 된다.
원주굽이길 제10코스인 천년사지길을 따라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자연과 벗하면서 조상들의 숨결을 느껴 보실 것을 강추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