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마당

영월 합수머리에서

기산 장기하 2014. 6. 15. 21:37

우리 속담에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내가 생활하는 가까운 곳에 좋은 것을 두고도

먼 곳에서 찾는 생활을 비유하여 나타낸 속담인 것이다.

매일 아침 창문을 열면 내려다 보이는 강마을

정선에서 흘러 내려 온 영월 동강과

평창강, 주천강이 영월 한반도면에서 만나 서강으로 불리우며 흘러내려온

두 강물이 만나는 곳이

영월 읍내에 있는 합수머리라 불리우는 곳으로

이 곳에서부터 남한강이라 부른다.

영월로 찾아오시기 위해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되는데

수도권에서 오시는 분들은 제천IC에서

남부지방에서 오시는 분들은 남제천IC에서 출구하여

제천~태백을 잇는 38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오시면

편안한 마음으로 오실 수 있다.

제천에서 영월로 들어오며

송학, 쌍룡, 연당을 지나 방절터널을 통과한 후

자동차 전용도로를 벗어나 오른쪽 영월 청령포 방면으로 들어오시어 읍내로 직진하시면 되는데

동강대교를 건너며 우측 제방둑 방면으로 차를 운행하시면

쉽게 합수머리 산지로 찾아오실 수 있다.

오랫기간 먼 지역으로만 탐석을 나갔던 나 자신을 돌아보며

현충일 날

영월에서 개최되는 강원도민일보 건강달리기 대회와 현충탑에서의 추념식을 마치고

오후 시간을 이용하여 합수머리로 탐석을 나갈 생각을 하고 있던 중

부천에 계시는 수석동호인들로

여러 차례 돌밭에서 만난 인연이 있는

승재(이승표)님 일행이 영월 방면으로 탐석을 내려오시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오전에는 동행 탐석이 어려우므로

일찍 내려오시게 되는 경우 각동지역에서 탐석을 하시다가

점심 시간에 맞추어 영월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에 따라

동강 둔치에서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앞설뿐이다.

영월의 전통시장인 서부시장에서

순대국과 막걸리 한 잔을 주고 받으며

중식을 마친 후

오늘 탐석할 산지에서의 돌 이해를 돕기 위해

영월 읍내 동강을 가로지르는 동강대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하며 길가에 자리잡고 있는

박영식님의 석실을 찾았다.

간판을 내걸지는 않았지만

도로변에 위치해 있고

커다란 통유리 안의 석실은 언제나 볼 수 있어

잠시 들렸는데

다행히 박영식님이 댁에 계시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박영식님은

영월 지역에서 생활하시며

40년간 수석생활을 해 오신 분으로

어느 누구보다도 수석에 대한 헤안이 깊으시고

경험이 풍부하신 분이시다.

진열되어 있는 작품을 감상하는 일행들은

화가들도 그리기 어려운 자연의 풍경을 자연이 그려내고 있는 작품 하나 하나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여 즐감하였는데

박영식님은 수석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최근 충주, 목계, 여주 지역 산지가 남한강의 개발로 인해 사라지면서

상류 지역인 단양, 영춘, 영월, 정선, 평창 산지 수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으므로

이 지역에 대한 돌을 이해하는 것이

수석생활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다고 하신다.

박영식 석실을 나와 오른쪽 방면으로 600~700m를 가면

오른쪽으로 합수머리 산지를 만나게 되는데

한강이라는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제방 아래로 내려와 돌밭으로 들어서면 된다.

승재님 일행과 돌밭에 도착하여 탐석을 준비하는 데

또 다른 한 대의 차량이 들어서는데

춘천에 계시는 새암(김재경)님 내외분의 오시는 것이였다.

서로가 반가운 마음에 손을 맛잡고 안부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좋은 돌과의 인연을 기대하며 탐석에 나섰다.

만남의 기쁨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한 후

탐석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나는 정선 동강물이 흘러내리는 방면으로 걸음을 옮기며

보물찾기를 시작하였다.

오래전에는 이 산지에서 변화석을 많이 취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이 지역에 살고 계시는 수석인들로부터 들은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림돌을 중심으로 탐석을 하고 있는데

상류지역인 동강에서 만나보았던 석질과 색상의 그림돌들이 돌밭에서 누워 있었다.

먼저 눈길을 끌어당기는 작품은 주먹만한 크기의 꽃돌

크고 작은 노오란 점과 같은 색상들이 돌 전체에 퍼져 있어

유채꽃이 활짝 핀 꽃밭처럼 다가오는 문양이지만

좀 더 나은 작품과의 인연을 기대하며 물속으로 밀어 넣었고

모암이 좋은 자그마한 돌 한점을 집어 들었더니

먹색 바탕에 황칼라 색상으로

동그란 원들이 아래쪽에는 크게 위쪽에는 작게 그려져 있어 보기는 좋았는데

강돌로는 크기가 규격석에 미달되기에 또다시 내려놓았다.

잠시 후

석회석으로 보이는 석질에 회색 그림이 그려져 있는 돌이 나를 부른다.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희열을 달래며

두 손으로 정성들여 집어 들었더니 물씻김이 좋아 피부는 윤기가 나고

들판에서 어미가 아기를 품에 안고 잠을 재우는

모정의 아름다움을 연상해 보는 그림이라

취석을 하였다.

다시 상류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작은 크기의 그림돌이다.

주먹보다는 작지만 단단한 검은 색상에 희미한 황칼라로

동그랗게 그려진 문양은 달이 연상되었지만

손 위에 올리고 바라보고 길을 가는 나그네 모습이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다가

동그란 모암에 수마가 잘 이루어진 돌 한 점에 발길이 멈추었다.

정선 지역에서 흘러 내려 온 작품으로

수석동호인들이 노을석이라고 이름을 지어 준 돌이다.

엷은 색상의 어울려 그려내는 그림의 문양이

산마을에 노을이 내리는 풍경으로도 보이고

안개가 피어오르는 풍경으로도 다가오기에

운무산수경으로 보시는 분들도 많이 있는데

보시는 관점에 따라 수석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색상의 그림돌이다.

최근에는 정선 동강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작품이라 취석하기로 하였다.

이번에는 쑥색의 돌 한 점이 마음을 잡아당긴다.

길쭉한 모습으로 돌밭에 누워있는데

언뜻 보아도 물씻김이 잘 이루어져

고운 피부에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흐름의 선이 좋고

좌우간의 균형이 잘 잡혀져 있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다가가 땅위에 세워 보았더니

기운이 넘쳐보이는 입석 바위로 다가온다.

몸집이 좀 더 통통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인연을 맺기로 취석을 한 다음

배낭을 벗어 내려놓은 후 다시 돌에 눈길을 준다.

편안한 마음으로 뒷짐을 집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돌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싶어

상류로 오르고 있었다.

강한 석질에 황칼라 문양석을 만났다.

적절한 크기에 모암도 좋았으며

최근에는 탐석하기 어려운 칼라석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정선 오대천에서 흘러 내려 온 먼 여정이 힘에 겨웠을까?

칼라의 선명도롤 살펴 보니

왼쪽은 비교적 색상이 선명하였지만 오른쪽 부분은 희미하게 변해 있었다.

그러나 하늘에 구름이 두둥실 흐르는 모습이 연상되는 작품이라

현장 연출을 한 후 카메라를 꺼내어 셔터를 눌렀다.

아내는 두 점의 작품을 취석하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점은 남한강 상류지역을 찾는 수석인들이 최근에 즐겨 찾는 작품으로

흰색 바탕에 산경의 그림이 잡힐 듯한 모암과 크기가 좋은 작품이였으며

다른 한 점은 손바닥 크기의 관통석으로

투의 위치와 크기는 시원스럽게 다가왔지만

뒷부분에 살이 붙어 있으면 참 좋으련만

파가 난 듯이 평평하여 아쉬움이 가득하였다.

아내와 함께 발걸음을 하류 방면으로 옮기며 탐석을 하다가

석질이 약해 보이는 않는 엷은 회색 바탕에

하얀 문양이 그려져 있는 돌 한 점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적당한 크기의 작품으로 약간 튀어나온 뒷부분이 마음을 흡족하게 채우지 못해

어느 수석인이 탐석을 하였다가

고민을 한 듯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곰이 연상되는 흰 문양의 그림이 돌 가운데 부분에 자리를 잡고 있어

구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라 폰을 꺼내어 셔터를 눌렀다.

다음에는 팥죽 색상의 돌 한점과 인연을 맺는다.

수마가 잘 이루어진 고운 피부는 바닷돌보다도 더 매끄러웠고

정감이 가는 색상에

흐르는 구름사이로 달이 살포시 얼굴을 내미는 그림은

마음을 더욱 설레이게 한다.

아내도 매우 좋다 하고

함께 탐석을 즐겼던 동호인들 모두가 박수를 보내주시니

마음은 더욱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진다.

돌밭에서 노닐다 보니

어느새 해는 서산으로 기울며

이제 그만 돌밭을 떠나라 한다.

부천에서 오신 승재님 일행을 먼저 가시고

새암님 내외와 저녘 식사를 함께 한 후 헤어져

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관사로 돌아 온 나는

행복했던 추억 만들기 탐행의 마침표를 찍었다.

 

 

*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이 시작되는 영월 합수머리 산지의 풍경 *

 

 

 

 

 

* 기산의 탐석 작품들 *

 

 

 

 

 

 

 

 

 

 

 

 

 

* 아내 다은의 탐석 작품들 *

 

 

 

 

 

 

* 손으로 만져 보며 즐긴 돌 *

 

 

 

 

* 새암님의 탐석 작품 *

 

 

 

* 함께 추억만들기를 하신 동호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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