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일지

영산강길(봉곡마을~영산강하구둑)

기산 장기하 2017. 5. 3. 08:25

영산강 길을 두 발로 걷기 3일째 되는 날

어제 저녘은 민박집에서 제공받았지만 아침 식사는 어렵다는 말씀이 계시었고

목적지인 영산강하구둑까지 50km 정도를 남기고 있었으므로

어둠이 가실 때 일찍 출발하면

목포에서 광주까지 버스로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오후 75분 원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밀려왔다.


오전 5시 창밖을 내다보니 어두움이 깔려 있었다.

집에서 가지고 온 쑥떡 하나와 가방에 남겨진 쵸코렛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길을 걷다 보면 식당을 만날 수 있으리라 예상을 하면서

30분을 지나니 어슴프레 길을 나서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아

540분 민박집을 출발하여 5분 정도 걸으니 자전거 길을 만날 수 있었다.


제방으로 조성된 자전거 길에 올라서니

봉곡마을 방면으로 넓게 펼쳐진 파아란 싹이 돋아나는 밭 위로

오른쪽 방면 영산강 갈대밭 위로 안개가 피어오르는 산뜻한 아침 환경을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멋스러운 풍경에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며

일찍 길을 나서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나선지 30분이 된 시각

봉곡마을 산능선은 붉게 물들며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영산강 갈대밭위로 내리는 햇살이 그려내는 풍경과

영산강 강물에 비친 일출경은

내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고 있었지만

일출경에 넋을 잃은 채 머무를 수만은 없기에 갈 길을 재촉하였다.


오전 630분경

여기서부터는 한반도지형 동강면입니다라는 안내판을 보며 동강면으로 진입하여

오전 7시 동강교 아래를 통과하고

느리재 전망대 가까이 오니 전망대로 가는 빠른 길을 공사하고 있어

우회 도로를 이용하여 느리재전망대인증센터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845

3시간 동안 16km를 왔지만

식당을 찾을 수 없었으니 시장기가 밀려오기에

마지막 남은 쵸코렛 하나를 입으로 가져간다.

느리재전망대는 강건너 보이는 마을이 한반도지형을 닮았다고 하여

전망대를 설치한 곳이였다.


잠시 쉬다가 길을 나서며

식당이 나타나기를 기대하였지만

오전 930분경 몽탄대교를 건넌 후에도

드넓은 평야와 시원스럽게 이어지는 자전거길만 반겨줄 뿐

그리고 가끔 지나가는 사이클 매니어들만 보일 뿐

식당을 보이지 않았다.


1240분경

36km를 걷고 목적지까지 약 14km 정도를 남겨 놓은 지점에서

동이트는 집이라는 펜션과 태평농원이라는 간판이 다가온다.

태평농원 간판에 음식 메뉴가 적혀 있어 찾아가 문의를 하니

중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식사를 주분하고

굶주린 배의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아침 겸 중식을 마친 오후 110분 식당을 출발하고

용호정, 못난이 미술관, 영산강이야기 나루, 남창대교를 지나

오후 330분경 목적지인 영산강하구둑인증센터에 무사히 도착하였으니

2015718일 남한강 충주댐에서 발걸음을 내딛으며

남한강, 북한강, 한강, 아라뱃길, 문경새재, 오천종주, 금강, 낙동강, 동해안, 제주환상둘레길, 섬진강을 완보한 후

2년이 지난 후에야

나의 두 발로 국토종주길을 걸으며

수첩에 남아 있는 인증센터의 마지막 도장을 찍는 감격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니

귀가할 걱정이 찾아온다.

영산강하구둑 공원에 게시던 분들 중 자가용에 오르려는 분을 붙잡고

목포종합터미널 가는 교통편을 문의하니

자기가 데려다 줄테니 차에 타라는 제안에

반가운 마음과 함께 미안함이 솟구쳤지만 호의를 받아드리고

승용차에 올라 터미널로 향하며

그 분의 존함을 여쭈니

나와 같은 성을 지난 장동주라는 분이니

인연은 참으로 묘한 것 같다.


목포터미널에 도착 4시에 광주로 가는 직통버스를 탔는데

광주까지 50분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정상적으로 가면 오후 5시 원주행 버스를 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광주까지 교통의 흐름이 원활하여 450분 광주종합터미널에 도착

오후 5시 원주행 버스를 타고 오는데

승차인원은 단 두 명 뿐이라 기사님께 미안함도 있었지만

광주를 출발한지 3시간 40분이 지난 오후840분경 원주에 도착한 후

도보로 집으로 오니 오후 9시경이다.

지난 21개월동안 개인적인 소망으로 시작하였던

국토종주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게 되는 행복한 순간을 맞으며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여기에 남긴다.


* 오늘의 일정을 시간대별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민박집 출발(05:40)-영산강자전거길 걷기(05:45)-동강교(07:00, 7km)-느리재전망대(08:45, 16km)-태평농원, 중식(12:40, 36km)-출발(13:10)-용호정(13:20, 37km)-못난이미술괸(13:45, 40km)-영산강 이야기 나루(14:00, 41km)-님창대교(15:00, 46km)-영산강 하구둑(15:30, 49km)-목포버스터미널 이동(장동주)-광주행 승차(16:00)-광주도착(16:50)-원주행 버스 출발(17:00)-원주 도착(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