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굽이길 제15코스인 싸리치옛길은 방랑시인 김삿갓과 단종의 애환이 서려있고, 과거 소금과 생선, 생필품의 통로로 서울과 영월을 이어주는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옛 길로 그 길을 따라 황둔 임도 숲길을 거쳐 피노키오 캠핑장으로 내려오는 명품 숲길이다. 옛날에는 산굽이를 돌 때마다 싸리나무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 싸리치(싸리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버스가 다니던 싸리재는 1988년 황둔으로 가는 88번 국도가 새로 개통되면서 명칭도 싸리치옛길이 되었다.
옛길을 지나면 10km에 달하는 황둔임도길로 접어드는데 7∼800m의 높이에서 하늘 길을 걷는 듯 주변경관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싸리치옛길의 출발점인 신림소공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원주에서 신림(학산), 구학, 운학, 주천 방면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구학이나 학산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신림면사무소 앞에서 하차하여 황둔, 주천 방면으로 약 1.5km 걸으면 되고 운학, 주천 가는 버스를 이용하면 신림소공원 앞에서 하차할 수 있는데 원주교통정보 홈페이지에서 시내버스 시간표를 검색하면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7월 25일 원주사랑걷기대행진에 참가했던 나는 원주굽이길 15코스인 싸리치 옛길을 역방향으로 걸은 적이 있기에 낯설지 않은 곳이다. 춘천교대 동기생으로 초등학교에서 교직에 봉직한 후 퇴직을 한 K교장과 함께 걷기로 하고 나의 애마를 타고 출발점인 신림소공원으로 가서 제15코스의 안내도를 보고 코스의 주요 지점을 살펴보았다.
신림소공원(시작점)→갈릴리교(400m)→휴식년제알림판(1,1km)→옛길교(1.6km)→싸리재농원입구(2.9km)→싸리치옛길돌비(3.1km)→싸리치정상 정자쉼터(4.6km)→싸리치 숲속랜드 펜션(4.9km)→싸리치길514, 황둔임도진입(5.3km)→힘든 오르막길→정자쉼터(7.1km)→정자쉼터(12.7km)→갈림길(12.9km)→내리막길 시작점(14.5km)→황둔임도 끝→급커브 내리막길(15.2km)→피노키오캠핑장(17km)→차단봉(17.4km)→소야버스 정류장(18.1km)
오전 8시 30분경 신림소공원 주차장을 출발, 돌계단을 오르며 만난 조형물을 살펴보고 다시 돌계단을 오르니 두 개의 탑비가 보인다. 하나는 ‘박정희대통령 지하수개발유적기념비’, ‘대한민국 50년’비가 보이는데 그 탑에새겨진 ‘신림(神林)이여‘라는 시를 읽으며 메모를 하였다.
‘여기/치악산 정기 가득한/신비의 땅 신림에는/신들의 숲 울창하여/영험한 사람들이 모여산다// 백운봉 아래 빛을 뿜는/약속의 땅 신림은/맑은 물 시원한 바람/사랑의 새싹 움트게 하는/사통팔달의 길을 열었다//아, 억겁의 애환은/상원사의 보은으로 뒤척이다/성황림에서 소용돌이치더니/용소막 성당 부활의 노래는/가나안의 젖줄로 이어진다//꽃피고 새우는/우리 마음의 쉼터/은헤로운 고장에서/새 천년 이끌어갈/큰 일꾼들 용트림친다.’
탑 아래에는 신림을 빛낸 사람들의 존함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소공원을 뒤로하며 굽이길 리본을 따라 ‘옛길’이라는 집을 지나면 싸리치로 가는 길이다. 종교 단체의 수련원인 듯 좌측으로 보이는 건물로 진입하는 갈릴리교를 지나 차단봉이 있는 지점에 이르니 좌우로 보이는 숲속의 나무들이 새소리와 함께 반겨준다. 계곡을 따라 지어진 그림 같은 주택들이 보이는데 펜션으로 운영하기 위한 지은 집들로 보인다.
옛날에는 황둔, 영월지역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했던 고개 길, 김삿갓도 넘었고 단종 임금이 눈물을 삼키며 넘었던 그 길이 지금은 사람들이 심신의 피로를 잊고 건강을 되찾아 주는 명품의 길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오르막 길 주변에는 봄을 맞은 생강·진달래 등 꽃나무들이 얼굴을 내밀며 활짝 웃고 있기에 생강나무 가지를 잡아당기어 꽃 냄새를 맡아보고, 진달래 꽃잎을 따서 입안에 넣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보았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오르던 발길을 잠시 쉬어가라며 붙잡는 곳이 있었으니 ‘싸리지 농원’이라는 장승이다. 그 옆자리에 설치해 놓은 조각품은 남성의 신체 일부를 표현한 작품으로 오고가는 사람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며 비소를 짓게 만든다.
잠시 후 만난 싸리치 옛길 돌비석과 정자 쉼터가 보인다. 지명을 알리는 돌 비석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애리게 한다.
‘이 길은 열여섯 밖에 안 된 단종이 눈물을 삼키며 영월 유배지로 간 길입니다. 단종은 관리 3명과 군졸 50명의 삼엄한 호송을 받으며 이 길을 걸었다고 합니다. 서민에게는 삶의 애환이 깃든 길이기도 하기에 2017년 원주시 신림권역 종합 정비 사업으로 도로 포장을 비롯하여 쉼터 등 부대시설을 설치함을 기념하여 표지석을 세웁니다’라고 적혀 있다.
잠시 머물다 오르는 싸리재길 오른쪽으로 큰 바위에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바위에 형성되는 폭포 풍경으로 수량은 작았지만 장마철에는 자연폭포를 연출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씻어 줄 것 같은 곳을 지나니 어느새 싸리치 정상에 이르고 있었다.
싸리치 정상에는 쉼터와 시비가 있었다. 정자 옆에는 굽이길 인증 스탬프가 설치되어 있기에 수첩을 꺼내 도장을 찍은 후 전응찬님이 지으시고 김해동님이 쓰신 싸리치 시비 앞에서 메마른 마음을 적시며 역사의 숨결을 느껴 보았다.
‘산굽이 돌아돌아 골짜기마다/싸리나무가 지천이어/싸리치라네.//마디마디 거칠어진 손길로/서러움 쓸어내던 싸리 빗자루/그 사연 모여/보라 꽃으로 피어나는가.//단종의 애환 구름처럼 떠돌고 /삿갓의 발길이/전설처럼 녹아있는/영마루~~~.//무심한 바람결에/솔 내음 산새소리 묻어오고/수천년 묵묵히 싸리치는/그렇게 세월을 품고 있다네.’
싸리치 정상을 넘어 잠시 내리막길을 가면 오른쪽으로 숲속랜드 펜션이 보인다. 물놀이 수영장도 갖추고 있어 가족과 함께 여름철 휴양지로는 참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그리며 옮기던 걸음은 주변 소나무의 멋스러움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고개를 드니 앞산에 갈지(之)자처럼 다가오는 임도길이 보이는데 그 곳이 오늘 걷는 코스 중 가장 힘든 오르막길이다.
주소가‘싸리치길514’로 되어 있는 지점에서 황둔 임도 길은 시작되는데 시멘트 포장길과 흙길로 이루어져 있고 잠시 후 만나는 차단봉을 지나며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임도 길은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고 수직 방향으로 이루어진 길이 아니라 나선형으로 되어 있기에 친구와 함께 덕담을 나누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었다. 가파른 길을 오르니 저 앞 산 자락으로 갈지자처럼 굽이도는 길이 보인다. 산자락 길을 따라 가다보면 공간이 넓은 지역이 나타나는데 작년에 반대 방향에서 걸어오다가 중식을 하던 장소이다. 그날 비를 맞으며 우비로 몸과 식판을 가리고 중식을 하던 추억들을 떠올려 보았다. 추억을 뒤로 하며 걷는 발걸음은 나무 솦 속에서 노오란 얼굴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생강나무의 멋스러운 모습에 힐링을 하면서 어느 사이에 첫 번째 정자쉼터에 도착하여 물 한 모금 마시고 간식으로 소비된 영양분을 보충해 본다.
정자쉼터를 지나며 다음 정자까지 약 5.6km 구간의 굽이길은 경사도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되는 평지에 가까운 길이다. 해발 7∼800m 지점의 산자락에 조성된 길을 걸으며 산 아래의 풍경을 바라보니 신선이 된 느낌이다. 길 가에서 만난 두릅나무는 가지 끝에 움을 틔우려 망울이 맺히고 있었고 나무들은 가지마다 연두색 이파리들을 피우려고 색상이 변해가고 있었지만 숲은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으니 이 계절에 볼 수 있는 산의 모습에 총각처럼 마음이 설레인다. 봄날에 자연이 주는 싱그러움과 산뜻함으로 몸속에서는 엔돌핀이 솟아나기에 힘든 줄 모르고 두 번째 정자쉼터에 도착하여 준비해 온 음식으로 중식을 하고 쉬면서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다.
정자에서 200m 정도를 가면 삼거리 길이 나타나는데 오른쪽은 창평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이기에 직진을 하였다. 잠시 후 나무마다 노란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데 무슨 연유일까? 이야기를 나누다 정답을 찾을 수 있었는데 숲을 가꾸기 위해 다른 나무들은 제거하고 남겨 놓아야 할 나무에 표시해 놓은 것이었다. 잠시 후 쉼터라는 표지판이 보이는데 의자 등은 없었지만 오른쪽 소나무 숲 속 터가 넓고 평평한 지역이라 그 곳에 오가는 이들을 위해 쉼터를 조성할 예정 지역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 후 계곡과 만나며 가파른 내리막길이 피노키오 체험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작년에 이곳을 오를 때 일행들이 무척이나 힘들어 하며 쉬었던 곳인데 오늘은 내리막길이라 어려움없이 콧노래를 부르며 걸을 수 있었다. 피노키오 체험 학습장이 보이는 지점 좌측 산자락에는 소나무 숲이 있고 그곳에 산마늘이라고 하는 효능이 좋은 ‘명이나물’을 재배하는 밭이 있었는데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을 하며 지나쳐 내려갔다.
치악산청소년체험관 건물을 바라보며 내려가는 길, 자태가 고운 한 그루 나무 아래에 노오란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나 함박 웃음을 짓고 있었다. 황둔유스호스텔 진입 부근을 통과하니 황둔자연휴양림 입구가 나타나고 왼쪽에 펼쳐진 밭에서는 트랙터를 이용하여 밭을 가는 농부들의 움직임이 바쁜데 내 발걸음은 원주굽이길 제15코스의 종착지인 소야 버스정류장에 도착, 싸리치옛길 걷기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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