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계절에 찾아오는 황금같은 주말 모처럼 공휴일을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으니 돌밭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에 밖을 내다보니 이슬비가 내리고 있어 더욱 돌밭이 그리워만진다.
‘어디로 갈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뒤적이다가 평창의 지인으로 부터 마지리를 흐르는 평창강에 황차돌이 널려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리며 아내와 함께 영월로 들어가는 길에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였더니 동의하기에 네비게이션의 목적지를 '도돈교'로 설정하니 60km의 거리에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안내 되었다.
마지삼거리를 찾아가는 길은 익숙한 길이라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지 않아도 쉽게 찾아갈 수 있지만 예쁠 듯한 아가씨의 상냥한 목소리를 뿌리칠 수 없어 함께 동행을 하며 남원주 IC로 진입을 하는데 내리는 빗방울에 은행나무에 매달려 있던 노오란 은행잎들이 떨어져지며 도로변을 덮고 있었다.
중앙고속도로 하행선인 신림, 안동 방면으로 접어들어 치악재를 넘고 신림IC에서 출구하여 주천방면으로 향하였다. 감악산을 오르는 창평을 지나고 진빵의 고장으로 새롭게 알려진 황둔도 지나고 술샘의 고장인 주천에 도착하여 평창방면으로 향하였다.
주천에서 평창 방면으로 작은 고개를 넘어 8km를 가면 평창강이 흐르는데 판운이라는 지역인데 변화석을 찾아 즐겨 찾는 곳으로 수석인이라면 누구나가 한번쯤은 다녀갔을 것으로 짐작되는 이름난 산지이다.
1991년부터 이 지역에서 5년간을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 지금과 같이 탐석의 열정이 있었다면 좋은 석연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운 마음을 떠올리며 단풍이 지고 잇는 늦가을의 산야를 바라보며 평창강을 따라 상류 방면으로 달리고 있는데 모두가 익숙해진 풍경이라 더욱 정겹게 다가오고 있었다.
원주를 출발한지 1시간을 넘기며 목적지인 도돈교가 놓여진 마지삼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달려 온 주천, 제천 방면의 길과 영월, 평창으로 이어지는 마지 삼거리 좌측으로는 도돈교가 있고 평창으로 가는 길이며 직진을 하면 영월로 가는 길이다.
영월 가는 방면으로 4~500m를 직진하며 '마지'라는 버스 정류소가 좌우로 보이는데 '마지리'라는 마을 안내 표지판이 녹색 바탕에 흰글씨로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 지점에서 좌회전하면 작은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마지1교'이다. 마지1교를 건너자마자 좌측으로 포장이 된 마을의 집으로 들어가는 좁은 도로를 따라 200m 정도를 가면 평창강 제방 둑이 보이고 제방 둑에는 느티나무 아래 넓적한 쉼터의 돌과 두 개의 돌을 포개어 사람의 형상화한 돌이 반겨주는데 인근 공터에 차를 주차시키고 둑방에 올라서니 유유히 흐르는 평창의 널따란 돌밭이 수석인의 마음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강을 내려 보면 하류쪽으로 영월과 평창을 잇는 새로운 다리를 건설하는 현장이라 다리 아래 돌밭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황차돌에 검은 문양이 그려진 돌 한 점을 만났지만 그림의 내용이 난해하여 내려놓고 큼직한 황차돌이 다가오는데 느낌이 좋아 뒤집어 보니 추상석으로 사람의 얼굴이 보여 곁에 있는 아내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며 이 작품이 어떻게 보이냐고 물었더니 사람의 얼굴이라는 응답에 가방에 넣어 차에 옮겨 실었다.
내리던 가랑비가 멈추어 탐석하기에 더욱 수월해지고 산뚯하게 다가오는 돌밭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며 상류로 올라가 탐석을 하였는데 다리 공사 아래의 돌은 흙 등이 묻어 있어 문양을 식별하기 어려웠으나 상류지역은 돌이 깨끗하여 문양을 찾기에 좋았다.
배낭을 걸머지고 산천을 바라보며 맑은 공기를 들이 마시고 한 발작 한 발짝 옮기며 보물찾기를 하다가 처음만난 것은 숫자석이다. '8'이라는 숫자가 눈길을 잡는데 큼지막한 돌의 중앙에 뚜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앞으로 튀어나온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너무나 선명한 숫자에 취석의 기쁨을 느끼며 또다시 보물을 찾는다.
강아지가 뒤돌아보는 문양, 황차 돌에 수묵으로 그려낸 그림 돌,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문양을 찾아 주차해 놓은 곳으로 옮기려 발자국을 옮기는데 아내가 부른다. 황차 돌에 수묵의 그림이 살짝 보이는데 돌을 꺼내기 위해 주변을 곡괭이를 파헤치니 색상의 대비가 좋고 수마가 잘 이루어진 대작의 작품이다. 물을 뿌려가며 돌을 깨끗이 씻어 그림을 살펴보니 아내가 좋아하는 소나무가 보인다하며 취석하였으면 하는 눈치이다. 가져가고 싶지만 무게감이 있어 허리에 무리를 줄 것 같아 포기하기로 하니 아쉬움이 가득 밀려온다.
다시 상류로 오르며 탐석을 하다가 흰 차돌에 먹물로 그려낸 그림돌이 보인다. 바위 산경으로 다가오는 작품도 만나고 정선지역의 조양강, 동강에서 탐석되는 운무산수경의 소품도 만나고 동글동글한 꽃이 피어있는 작품도 만났다. 가을을 보내며 나무 가지에 잎새가 모두 떠나 버린 작품도 만났고 겹산의 무늬가 선명한 작품도 만났다. 정선 지장천에서 탐석되는 단풍이 짙게 물든 가을 산경이 연상되는 색채석도 만났다. 동그라미 문양이 선명하여 숫자 '0'으로 보이는 작품도 만나고 둥근 달이 중천에 떠 있는 월석도 만났다.
탐석을 한 작품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모암이나 크기가 아쉬운 작품으로 함께 데리고 와 깊은 사랑을 주지 못할 작품들은 욕심을 내려놓은 마음으로 산지에 두기로 하였다.
어느 사이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고 있기에 다음에 다시 찾기로 하고 떠나고 싶지 않은 발길을 돌리기로 하였다.
산지를 떠나며 네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영월대교'로 입력하니 26km의 거리에 40분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안내되고 있지만 마지1교를 건너면서 좌측 영월 방면으로 가는 도로에 올라 원통재를 넘고 영월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소나기재를 넘고 나의 관사로 돌아 와 즐거웠던 탐행의 마침표를 찍는다.